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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을 사랑하고 싶다면

루이스 부르주아 거미 작품, 소더비에서 436억에 팔려

by 베리아트러버 2023. 6. 19.

5월, 소더비에서 약 436억 원에 팔린 거미 작품

현대미술의 블루칩 루이스 부르주아, 기괴하면서 웅장한 느낌을 주는 ‘거미’ 작품 다들 한 번씩 보신 적 있으실 텐데요.

 

이번 5월 소더비 경매에서 그녀의 1996년 작품이 약 436억 원에 팔렸습니다.

어마어마한 숫자이지만 의외로 기대에 못 미치는 금액이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같은 사이즈의 거미 조각이 지난 스위스 아트바젤에서 한화 517억 원에 판매된 이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경매 결과를 두고, 미술계에서는 주춤해진 미술 시장을 반영한 금액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그녀는 누구이길래, 이렇게 높은 가격대에 작품이 팔리어도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는 걸까요?

루이스 부르주아 (Louise Bourgeois, 1911-2010)는 프랑스계 미국인 예술가입니다. 그녀는 어린 시절 자신의 영어 가정교사가 아버지와 외도 관계에 있다는 것을 알고 매우 큰 분노와 상실감, 질투를 느꼈다고 합니다. 이 사건은 작가가 아버지를 죽이는 상상까지 할 만큼 그녀에겐 큰 트라우마가 되었는데요. 그녀는 아버지보다 오히려 어머니에게 엄청난 분노를 느꼈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외도 사실을 다 알고 있었음에도 계속해서 가정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인데요. 이러한 그녀의 감정은 대표작인 거미 조각에서 드러납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혐오스러운 존재인 ‘거미’를 기괴할 만큼 크게 만들고 ‘마망(Maman)’ 즉, 엄마라는 제목을 부여했습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에 대한 분노가 잘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닌데요. 거미의 몸체를 자세히 보면 그물로 둘러싸인 대리석들이 보입니다. 바로 거미의 ‘알’ 즉, 자식인데요. 작가는 성장하며, 어머니가 아버지의 외도를 눈감아주며 가정을 지킨 이유는 자식인 작가 본인 때문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다 알고 나니, 그녀의 작품이 그저 기괴하고 웅장한 조각이 아닌,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미성숙한 자녀가 어른이 되는 우리의 삶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